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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인>먹거리 조기교육 현장에 가보니 [언론/보도]
  • 먹거리 조기교육 현장에 가보니

    어릴 때부터 올바른 먹을거리에 대해 배워야 ‘건강한 소비자’로 성장할 수 있다. ‘푸드포체인지’가 주관한 <어린이 맛 콘서트>에서 아이들은 요리를 하며 음식 생산부터 유통까지의 과정을 배운다.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2018년 05월 10일 목요일 제5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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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즈. 1. 흰색 음식이다 2. 향이 없다 3. 대다수가 가루로 만들어졌다. 여기까지 힌트를 주면 맞힐 것 같지만 답은 천차만별이다. 소금, 밀가루, 심지어 쌀가루라는 답변도 나온다. 컵 안에 든 이것의 냄새를 맡아본 아이들은 “냄새가 이상해요”라는 말도 한다. 하긴 살면서 이것의 냄새를 작정하고 맡아본 적이 있기나 했을까.

    정답은 설탕이다. 우리 아이들이 수시로 접하지만, ‘학습’의 대상으로는 여기지 않았던 식품이다. 아이들은 손으로 만지고, 코로 냄새를 맡으면서 5감으로 설탕을 익혔다. 그다음에는 초콜릿, 바나나우유, 콜라, 아이스크림 따위를 두고 각각 음식에 설탕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맞히는 게임을 했다. 아이들은 초콜릿에 몰표를 줬다. 초콜릿에 각설탕 10개, 바나나우유는 3개, 콜라와 아이스크림은 6개를 줬다. 하지만 정답은 달랐다. 거꾸로 초콜릿이 각설탕 4개로 가장 적었고, 바나나우유와 아이스크림이 6개씩이었다. 콜라가 7개로 가장 많았다. 초콜릿에 설탕이 가장 적다는 ‘희소식’에 아이들은 싱글벙글이다.

    ⓒ시사IN 조남진
    4월21일 서울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에서 <어린이 맛 콘서트>가 열렸다. 어린이들이 직접 요리하며 ‘단맛’에 대해 배우고 있다.
    앉아서 듣기만 하면 재미없다. 직접 먹을거리도 만들어본다. 첫 번째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딸기 아이스크림. 재료는 딸기, 바나나, 우유다. 설탕은 없다. 설탕 대신 딸기와 바나나에 들어 있는 천연 당만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체험한다. 글자 그대로 ‘수제’ 아이스크림이다. 아이스크림에 설탕이 들었는지 여부는 사실 아이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은 다만 “맛있어요”를 연발할 뿐이다. 오히려 나중에 이 아이스크림을 맛본 어른들이 어떻게 설탕 없이 이런 맛을 낼 수 있느냐며 놀라워했다.

    아이스크림을 만든 뒤에는 ‘고난도’ 음식 조리에 도전한다. 이름하여 ‘고구마치즈볼’. 재료는 삶은 고구마, 슬라이스 치즈, 사과, 파프리카다. 재료는 모두 생협 제품이다. 조리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고구마와 치즈를 으깨어 잘게 썬 사과와 파프리카를 섞어주면 끝이다. 역시 설탕은 들어가지 않는다. 고구마의 달콤함과 치즈의 풍미, 사과와 파프리카의 아삭거리는 식감이 어우러진 멋진 요리가 탄생했다. 

    4월21일 서울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내 ‘맛동’에 주말을 맞아 부모와 아이들 26명이 모였다. 사단법인 ‘푸드포 체인지’가 주관한 <어린이 맛 콘서트> 행사에 참석한 이들이다. 푸드포체인지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먹을거리 문화를 실천하고자 하는 비영리단체다. 지난 3월 ‘우유와 유제품’에 이어 두 번째 콘서트다. 콘서트의 부제는 ‘with 부모 워크숍’이다.

    ⓒ시사IN 조남진
    <어린이 맛 콘서트>가 진행되는 동안 함께 온 부모를 대상으로 한 워크숍이 열렸다.
    사카린의 맛이 이렇게 쓰다니 


    4세부터 10세까지 아이들이 설탕 없이도 맛있는 간식거리를 만들 수 있음을 체험하는 동안 다른 공간에서는 부모를 대상으로 ‘워크숍’이 열렸다. 이른바 ‘당’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다. 설탕, 물엿, 조청, 올리고당, 비정제 흑설탕, 사카린 등 그동안 살아오면서 접해왔던 여러 가지 당을 앞에 두고 강의가 시작됐다. 각 당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부터 우리 몸에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까지 심도 깊은 설명이 이어졌다. <어린이 맛 콘서트>처럼 각 당을 직접 맛보는 시간도 있다. 자라면서 사카린을 접해보지 못한 요즘 부모들은 사카린의 맛이 실제로 엄청나게 쓰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렇다고 해서 강사가 ‘먹을거리 공포’를 부러 조장하지도 않았다. 몸에 해로워서가 아니라, 음식 맛을 지나치게 변화시키기 때문에 사카린 같은 인공감미료를 쓰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강사는 “물김치에 설탕을 넣으면 국물이 끈적거리기 때문에 사카린을 쓰기도 한다”라는 요령도 알려준다.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은 ‘푸듀케이터 (food+educator)’ 윤소희씨가 진행했다. 푸듀케이터는 글자 그대로 ‘먹을거리 교육자’다. 보통 영양 교사와 달리 음식의 생산부터 유통까지 사회 전반적인 흐름을 모두 가르치는 교사다. 설탕에 대해 영양 교사가 칼로리와 성분을 짚는다면 푸듀케이터는 설탕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비되는지 교육한다. 농업과 환경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할 수 있는 교육이다. 어릴 때부터 올바른 먹을거리에 대해 배워야 ‘건강한 소비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퍼지면서 우리 사회에도 푸듀케이터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부모 워크숍을 진행한 강사는 두 아이의 아빠로 식품과 육아에 대한 글을 쓰는 김산씨다. 두부, 잼, 요구르트 등 아이들이 자주 접하는 먹을거리는 물론이고 마트에서 판매하는 각종 제품에 대한 정보까지 훤히 꿰고 있는 숨은 고수다. 겨자무로 담근 물김치부터 케밥까지 직접 만드는 요리사이기도 하다. 마을공동체 복원 사업을 진행하는 사단법인 ‘마을’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 맛 콘서트>의 연원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마포 민중의집과 푸드포체인지가 주관한 
    <맛 콘서트>가 열렸다. 대안적인 먹을거리에 대한 모색에서 출발해 생산, 유통, 가공에 이르기까지 자본에 예속된 음식과 맛의 비밀을 파헤치는 자리였다. ‘탐식’과 ‘먹방’을 넘은 먹을거리 이야기에 배고팠던 이들이 모여들었다. 당시 
    <맛 콘서트>를 기획한 이들은 어린이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먹을거리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준비 기간을 거쳐 서울시와 손잡으면서 올해 <어린이 맛 콘서트>를 열게 
    되었다. 푸드포체인지 노민영 대표는 “그동안 어린이 음식 교육은 아이만 참여하고 어른은 구경하는 식이었다. <어린이 맛 콘서트>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체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어린이 맛 콘서트>는 올해 12월까지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전에 진행한다. 5월19일 소금과 양념, 6월16일 음료, 7월21일에는 밀가루가 주제다. 이후에도 달걀, 기름, 가공육, 과일, 콩, 두부, 간장, 된장 같은 주제로 줄줄이 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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