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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PR News]건강하게 먹는 쾌락을 아시나요 [언론/보도]
  • 건강하게 먹는 쾌락을 아시나요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11.23 11:15
    •  댓글 0

    [사회적기업을 찾아서 ⑰] 푸드포체인지

    “조물주는 인간에게 인간이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도록 창조하였으며, 식욕으로써 먹도록 인도하고 쾌락으로써 보상한다.”

    [더피알=이윤주 기자] 미식을 예찬했던 프랑스 평론가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의 말이다. 여기에 한 가지 표현을 더 보태보자. ‘건강하게 먹는 쾌락’이라고.

    먹는 쾌락에 건강함을 더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현대인은 먹는 행위를 다양하게 변주한다. 먹기도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만들어진 음식을 사진으로 남기고, 음식물을 씹는 소리를 듣고, 빨리 또 많이 먹어치우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 건강함이 빠져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푸드포체인지의 노민영 대표가 변화시키고자 하는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봤다.

    푸드포체인지 노민영 대표. 사진=이윤주 기자

    음식에 대한 갈증 느끼다

    노 대표는 고등학교 당시 수학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이과생이었다. 대학에서도 통계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대학교 1학년, ‘내가 평생 통계학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란 생각과 함께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방에 틀어박혀 자신이 좋아하는 게 뭔지 스스로 질문하는 시간을 갖던 어느 날, TV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를 보게 된다.

    “요리하고 먹는 걸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 푸드스타일리스트 1세대가 나오더라고요. 디자인과 음악. 내가 관심 있는 두 가지가 접목된 직업. 아, 딱 내가 원하던 거라고 깨달았어요.”

    노 대표는 대학을 다니며 푸드스타일리스트 밑에서 어시스트 일을 했고 졸업 후 이 경험을 살려 외식업체 마케팅 부서에 입사한다. 하지만 2년간 일하며 공허함을 느꼈다.

    “푸드스타일리스트는 건강함과 재료의 본질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표현할 것인가에 고민했어요. 그리고 외식업체는 소비자가 좋아할만한 자극적인 음식, 더 잘 팔리는 음식을 다뤘고요. 그러다 보니 건강한 음식에 대한 갈증이 생기더라고요.”

    이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자료 조사를 시작했고 ‘슬로푸드(slow food)’라는 국제적인 식문화 운동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슬로푸드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 있는 미식과학대학교(University of Gastronomic Science)에 입학한다. 국내 대학교는 요리사, 영양학, 식품공학 등의 커리큘럼을 배울 수 있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거기선 음식과 건강, 음식과 인문학, 음식과 경제학 등 사회 다양한 현상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중점적으로 가르친다. 노 대표는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커리큘럼을 보고 두근두근거리는 거예요.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갈 수 없었겠죠.” 그의 나이 27살의 도전이었다.

    “요즘은 대기업에서 대량 생산된 표준화된 맛, 획일화된 맛의 음식들로 보편화 됐죠. 슬로푸드는 그것에 반대하는 운동이에요. 지역에서 나는 제철 식자재로 맛있는 음식을 즐겨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지 지역경제나 농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고요.”

    이 같은 식문화를 바꾸기 위해 슬로푸드가 지향하는 활동은 ‘생산 활동의 변화’가 아닌 ‘소비자의 변화’로 귀결된다. 소비자들이 현명하게 알면 로컬푸드, 유기농, 친환경 등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식생활 교육을 많이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어른을 바꾸다

    2009년 한국에 돌아온 노 대표는 슬로푸드에 관심 있는 지자체에 소속돼 2년간 교육, 홍보, 행사 등의 활동을 한다. 이후 식생활 교육을 하는 사업자를 내서 정식으로 푸드포체인지라는 사단법인을 세웠다. 이들의 타깃이 된 건 어른이 아닌 아이들이다.

    “미래의 소비자이면서도 똑같은 시간과 자본을 투자했을 때 더 변화 가능성과 효과가 크다고 생각해요. 어른은 잘 안 바뀌잖아요.”

    푸드포체인지의 활동은 크게 세 가지다. 교육, 전문강사 양성, 식생활 교구 판매다. 먼저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식생활 교육을 진행한다. 텃밭을 길러 채소를 많이 먹게 만드는 단순한 교육부터 로컬푸드를 소비해야 하는 이유, 기후변화, 공정무역, 인권에까지 깊이 있는 교육을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교육 받은 아이들이 집에 가서 엄마를 바꾸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고.

    “마트에 간 엄마가 무언가를 고르면 학교에서 배운 애들이 ‘엄마, 이건 이걸 보면서 골라야 돼요’라고 이야기하거나 (건강한) 요리를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대요. 아이들이 부모를 바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푸듀케이터’다. 푸드(food)와 교육(education)을 합친 말이다. 식생활을 교육하기 위한 강사를 모집했지만, 아무리 좋은 커리큘럼을 만들어도 현장에서 역량 있는 분들이 전달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 결과 직접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2013년부터 지금까지 총 200여 명의 푸듀케이터를 양성했다.

    아이의 미각 교육을 위한 보드게임도 만들었다. 실제로 우리는 매일 먹고 맛을 느끼고 살아가지만 어떻게 음식을 맛보는지에 대해선 배워본 적이 없다. 미각 교육은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자신의 감각으로 구분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미각교육 보드게임 '텃밭에서 떠나는 맛여행'.

    “음식을 먹을 때 입으로만 맛본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입에 넣는 과정에서 눈, 코, 입, 손 등 모든 감각이 다 활용돼요. 그걸 아이들이 경험하게 해 주는 거예요. 그럼 더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재료별 맛의 차이를 느끼고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을 선택할 수 있게 돼요.”

    미각 교육에 재미를 가미한 게 이들이 제작한 교구다. 보드 판에는 다양한 식자재과 곤충이 그려져 있다. 주사위를 던져서 말을 움직인다. 가령 당근 칸에 도착하면, 미리 한입 크기로 준비된 당근을 먹고 느낌을 표현한다. 색을 묘사하거나, 씹을 때 나는 소리, 맛이 어떤지 등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당근 카드를 손에 쥐게 된다.

    이렇게 카드 다섯 장을 모두 가져가야지만 게임이 끝나는데, 이 다섯 가지는 영양소와도 관계가 있다. 비타민,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무기질 등을 골고루 먹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큰 그림을 게임을 통해 전달한다.

    사회문제를 고민하다

    노 대표는 아이 두 명을 키우며 회사를 꾸리는 전형적인 워킹맘이다. 바쁜 와중에도 국내산 제철 음식 위주로 소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일은 거의 없어요. 대기업 제품이 있잖아요. 수입산이 많고 유통 과정도 복잡해 그에 따른 첨가물도 많이 들어가는 편이에요. 심지어 제철과 관련 없는 음식도 많고요. 굳이 가지는 않죠.”

    하지만 시간과 싸우며 하루하루를 지내는 현대인이 이러한 생활 습관을 지니긴 쉽지 않다. 음료수병에 든 가루에 물을 타 마시며 한 끼를 해결하는 일이 다반사고, 간편식 시장이 떠오르며, 다이어트뿐 아니라 모든 영양소까지 챙길 수 있다는 광고는 합리적이고 달콤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노 대표는 거기엔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먹는 즐거움이다.

    “우리가 단순히 영양공급을 위해서만 먹진 않잖아요. 먹는 즐거움 크지 않으세요? 음식은 단순히 영양소를 우리 몸에 채우는 것 외에 정서, 문화 등이 포함돼 있어요. 그런 부분이 배제된 식품을 저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노 대표는 단순히 보기에만 예쁜 음식에 대해 이렇게 꼬집는다.

    노민영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윤주 기자

    “식자재에 대한 본질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시각적이고 본능적으로 끌리는 음식을 먹는 겁니다. 그런 것들에 반대하기 위해 제가 식생활 교육을 하는 거고요. 알면 그렇게 못하거든요. 재료가 가진 본질, 그 음식이 내 몸에 들어갔을 때 어떤 작용을 하는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알면 선택할 수 없겠죠.”

    시간이 없어 제대로 챙겨먹기 어렵다는 2030엔 내가 먹거리에 대해 얼마나 시간과 돈을 투자할 수 있는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보라고 제언한다. 먹거리 중요성과 삶을 건강하게 영위하는 일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지금의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

    만약 우선순위를 건강한 음식에 뒀다면, 그 이후에는 내가 가진 돈으로 적은 시간을 들이면서도 최대한 효율적이고 건강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법을 배우는 요리 수업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노 대표는 현재 자신이 가진 고민을 나눴다.

    “학교 정규 교과과정에 식생활 교육을 포함시키고자 하는 목표가 있어요.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아요. ‘그게 왜 중요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들을 설득해야겠지만 한계가 느껴질 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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